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결국 기본이다
    Chan's Choice 2017. 3. 29. 11:04

    지난 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또 다시 졸전을 펼쳤다. 승점 3점을 챙긴 것으로 위안을 삼고 싶지만, 앞으로의 험난한 일정을 바라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가 워낙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감독의 전술과 선수단 장악 실패뿐 아니라 주장 기성용 선수의 말처럼 선수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진> 졸전끝에 승점 3점. 만족할만한 성과일리 없다.(출처 : 대한축구협회)


     오늘은 이 문제들을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싶다. 최근 대한민국 대표팀을 바라보며 드는 의문은 이것이었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팀 컬러는 무엇일까?” 많은 국가대표팀들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일례로 일본은 점유율을 기반으로 한 짧은 패스연계를, 이란은 수비에 중심을 둔 이후 발 빠른 역습으로 승부를 보는 모습을 보인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클럽팀들에 비해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저마다 그들의 색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이런 색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대표팀을 생각하면 그와 유사한 클럽팀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일본은 바르셀로나 형태를, 이란은 AT 마드리드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어떠한가? 도무지 정의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도, 선수들도 쉽게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매번 A매치 기간 선수들이 소집되고 경기에 나설 때 마다 대한민국은 항상 표류했다. 기본 색이 없는 백지와도 같았다.

    짧은 기간이지만 소집되는 선수들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주된 전략이 있다면 팀의 성향은 유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팀은 매번 전략과 전술이 포맷되는 듯한 모습이다. 매 경기가 달랐고, 매 경기가 처참했다. 이를 감독의 무전술 때문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슈틸리케 감독 이전에도 나타났던 문제임을 잊어선 안된다.


    2006년의 대한민국과 2010년의 대한민국, 2014년의 대한민국은 모두 달랐다. 우리나라가 다양한 전술을 사용할 수 있고, 감독들과 선수들의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인가? 그랬다면 2006년 월드컵에서는 스위스를 넘었어야 했고, 2010년 남아공에서는 우루과이를 꺾고 8강 이상에 올랐어야 했다. 2014년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앞선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실패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팀에 색채가 있었다면 더 좋은 역량을 선보였을 것이고, 더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라 확신하는 것뿐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지난 대한민국을 돌아보고 고쳐야 할 부분들은 고쳐야 한다.

    타산지석(他山之石) 다른 산의 돌이라는 뜻으로, 다른 산에서 나는 거칠고 나쁜 돌이라도 숫돌로 쓰면 자기(自己)의 옥을 갈 수가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言行)이라도 자기(自己)의 지덕(智德)을 닦는 데 도움이 됨을 비유(比喩譬喩)해 이르는 말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고 우리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아래는 2006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2010 우승팀 스페인-2014 우승팀 독일의 스쿼드다.



    <사진 >최근 3차례 월드컵 우승팀들의 스쿼드 (출처 : 위키피디아)



     2010년 스페인은 레알 마드리드 + FC 바르셀로나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4년의 브라질은 또 어떠했는가? 외질, 메르테사커 등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이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자원들이 우승을 이끌었다. (외질과 메르테사커, 케디라 등은 모두 분데스리가 출신임도 잊지 말자.)



    <사진> 그들의 우승은 한 순간 이뤄진 것이 아니다.


     선수단의 기용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해외파와 국내파를 나누어 생각하고자 하는 것 또한 아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고 해외로 나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기량면에서 그들이 더 앞설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들이 소집되는 것 역시 당연하진 않지만 필요하다.


    더 본질적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단 점을 언급하고 싶은 것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고, 그에 적합한 전략과 전술, 포메이션을 수립했기 때문이지 않은가?



    <사진 > 2002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더이상 추억에 살 순 없지만, 변화가 없다면..


    모든 나라들은 다른 환경에서 축구를 시작한다. 유소년 감독들의 기본 성향, 훈련 방법, 운동장 상태, 국민들의 성향, 팬들의 함성소리 등 다양한 부분에서 모든 나라는 다르게 축구를 배우고 느끼게 된다. 브라질 국민들은 화려한 개인기에서, 이탈리아에서는 거친 태클에서, 스페인에서는 패스를 통해 탈압박이 이뤄질 때 팬들의 함성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런 환경이 있기에 브라질에서는 네이마르가, 이탈리아에서는 보누치가, 스페인에서는 다비드 실바같은 유능한 선수들이 탄생한다. 또한 그 나라하면 떠오르는 선수 성향이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대한민국 선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가? 투박하지만 전술의 이해도가 높고, 근면 성실한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이것으론 부족하다.

     

    이번 A매치 기간 잉글랜드의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자국 토트넘의 전술에서 참고한 3백 전술을 들고 나왔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효과적이었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프랑스의 데샹 감독은 좌우 풀백에 모나코라인을 이식해 그들의 경기 성향을 그대로 발현해 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란의 퀘이로즈 감독은 오랜 기간 이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사진> 잉글랜드 독일전 스쿼드 (출처 : itv 중계화면 캡처)


    물론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선수를 배출한 팀은 K리그의 전북 현대다. (김신욱, 김보경, 김진수, 이용)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서는 과연 그들이 소속팀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던 전략을 사용했을까? 분명 김신욱-김진수-이용 선수는 지난주 K리그 경기에서는 좋은 활약을 보이고 대표팀에 합류했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고 100%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그들의 잘못이다. 하지만 전략과 전술이 맞아떨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이번 대표팀에서 전북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지만, 현재 K리그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팀은 전북도 서울도 아닌 제주가 아닌가? 또 전북과 제주는 최근 3백을 활용해 승승장구 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리그에서의 변화들을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대표팀에는 세계적인 명장이 필요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대한민국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선수단을 잘 파악하고 있는 감독이 필요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는 감독의 문제 뿐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확실한 기초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엄청난 투자가 아닌 기초를 튼튼히 하는 작업 말이다.


    바르셀로나가 세계 최고의 팀일 수 있는 건 메시-이니에스타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라 마시아를 통해 그런 선수들을 길러낼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은가. 자신들의 기본이 장착된 선수들을 꾸준히 생산해 내고 또 그들을 활용할 수 있는 것. 우리에게도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진> 라 마시아. 기본이 필요한 우리의 지향점.


    월드컵은 4년마다 돌아온다.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이 아시아 예선을 무사히 통과할 것이라 기대하기도 힘들다. 언젠간 우리도 월드컵 본선에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때 좌절만 하고 변화하지 않을 것인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려는 금새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