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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47일. 우리에게 남은 시간
    Chan's Choice 2017. 3. 24. 15:13


    447. 오늘(3 24)부터 러시아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이다. 911. 오늘(3 24)로 최장수 감독이 된 슈틸리케 감독의 부임 기간이다.

     


    <사진 1> 슈틸리케 감독 (출처 : 뉴스1)

    911일의 기간 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침체에 빠져있고 승부수가 필요했던 대한민국 감독에 부임해 짧은 기간 만에 아시안 컵 준우승이란 놀라운 성과를 올려냈다. 당시 선수들은 월드컵에서의 실패와 홍명보 감독의 사임으로 인해 가라앉아 있던 대표팀을 말 그대로 투혼과 함께 높은 수준의 경기력도 보여주었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결승전에서 후반 막판 동점골을 기록하고 관중석으로 달려가던 손흥민 선수의 세레모니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슈틸리케 감독의 인터뷰까지도 말이다.



    <사진 2> 결승전 동점골, 그리고 손흥민 (출처 : 아시안컵)


    아시안컵 결승전이 끝난 후 783일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은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공한증은 완벽히 박살 났고, 시리아의 승리 덕분에 겨우 조 2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는 타이틀은 이미 바닥에 버려 진지 오래다. 이대로라면 447일뒤 우리는 시청자로서 월드컵을 즐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축구계에서 팀간의 격차는 상당히 빠르게 좁혀지게 된다. (이는 축구뿐 아니라 모든 곳에서 마찬가지다. 평균 50점이 80점까지 올리는 것은 80점에서 85점으로 올리는 것 보단 상대상대적 쉬울 테니까.) 선수들의 피지컬은 대다수의 팀들이 좋아지고 있고, 훈련법 역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영상 등을 활용한 전략, 선수 분석 역시 모든 팀들이 손쉽게 해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좋은 지도자, 좋은 훈련장, 훈련법 등은 적절한 투자만 있다면 어떤 팀이든 갖출 수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이야기가 어제 경기의 변명이 될 순 없다. 이 조건은 모든 팀,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주어지는 조건이니 말이다. 중국은 가오홍보 감독을 경질하고 리피 감독을 선임했다. 최근 중국 슈퍼리그의 성장과 함께 국가대표에도 많은 역량을 쏟아 부은 역작인 셈이다. 리피 감독은 냉철했고 자신의 팀을 정확히 진단해냈다. “우리는 오직 승리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리피 감독의 경기 전 인터뷰는 완벽히 정답으로 돌아왔다.



    <사진 3> 냉철한 승부사 리피 감독


    우리는 어땠는가? 전반전 실점을 내주긴 했지만 꽤 좋은 경기력을 유지했다. 3만명의 적진 가운데서 자신들의 플레이를 꾸준히 해갔고, 선수들은 목적을 갖고 움직였다. 선수들의 패스 역시 목적성을 띈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후에는 답답함을 이어갔고, 전략과 전술이 보이지 않았다. 교체카드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고, 교체 카드로 인한 경기의 변화는 없었다.

     

    선수들의 개인 컨디션, 개인 역량이 부족해서였을까? 일정 부분 동의하는 바다. 팀의 핵심인 기성용, 구자철 선수는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장현수 선수도 최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진수 선수는 K리그에 복귀하자 마자 1득점 1도움을 기록했고, 이용 선수는 지난 라운드 베스트 11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정협 선수는 챌린지 3경기에서 연속 득점을 기록하고 있었고, 김신욱 선수도 개막전 득점포를 가동하며 전북의 주전 센터 포워드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황희찬 선수는 지난 주말 리그에서 멀티골을, 김보경 선수도 PK 득점을 기록하고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었다. 명단 선임 이야기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번에 소집된 선수들의 경기력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정신력의 문제, 승부욕 등은 그 어느 때보다 불타있었다. 반드시 이긴다라는 마음 가짐이 경기 곳곳에서 보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앞으로 남은 4경기에서 변화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슈틸리케 감독.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필자는 항상 대한민국 대표팀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비난을 받을 때에도 항상 긍정적인 요소를 보고자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라면 다음 시리아전도 어렵게 느껴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평소 U리그, 챌린지 리그, WK리그, R리그 등도 관람하며 많은 선수들을 관찰해 왔다. 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많은 경기를 왜 보러 다녔는지 의구심이 든다.



    <사진 4> 이번 대표팀 소집 명단 (출처 : 대한축구협회)


    이번 대표팀에서 K리거는 8명이 소집됐다. (김동준, 김진수, 이용, 최철순, 김보경, 허용준, 김신욱, 이정협-챌린지 2인 포함) 그 중 전북 소속 선수가 4명이었다. K리거가 생각보다 적었기 때문에 놀라진 않는다. 최근 폼이 100%가 아니라고 해도 기성용, 구자철, 손흥민 등 유럽파는 뽑혀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경험과 팀 리더로서의 역할들까지 감안한다면 충분히 뽑아야 한다. (거기다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또 논란이 됐던 고명진 선수도 준수한 경기력을 보였고, 남태희 선수는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다. 아쉬운 점은 최근 K리그에서 가장 돌풍의 팀인 제주 소속 선수들은 왜 한 명도 소집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한국영-정우영 선수보다는 이찬동-권순형 라인이 뽑혔더라면? 김민혁-김기희 보다는 안현범-정운이 뽑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또 측면에 배치된 지동원, 전북은 알지만 슈틸리케는 모르는 김신욱 활용법, 목적을 잃은 4-2-3-1 전술, 반복되는 경기 패턴 등까지. 모든 면에서 준비되지 않은 대표팀이었다. 마치 지난달 감독이 선임된 것 같은 패턴은 이번 예선 기간 내내 반복되고 있다. 대표팀은 소집일이 짧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것을 해내기 어렵다. 하지만 매번 소집될 때마다 팀이 리셋 되는 기분은 어째서일까?

    기조가 없고 전략이 없는 팀은 현대 축구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반대로 한 가지 전략을 완벽히 구사할 수 있는 팀은 우승을 바라볼 수 있다. 지난 시즌 레스터 시티가 그랬고, 아시안 컵에서의 대한민국이 그랬다.

    세계의 명장들은 자신들의 시그니처 같은 전략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이지 않더라도 K리그 감독들만해도 그들만의 색을 갖고 있다. 남기일의 광주, 송선호 감독의 부천 FC. 김호곤의 철퇴축구, 최강희이 닥공 등등등. 대한민국 대표팀은 어떤가? 슈틸리케 감독이 이 문제에 답할 수 있을까?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447. 대한민국 대표팀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표류하는 대표팀 호에 선장은 선원들에게 어떤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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